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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Note

2012 Daily-Scape

by choiss 2012. 10. 29.

작가노트 121028

 


 문득문득 지나치는 길가의 장면, 어느 공원의 무미건조한 장면, 좋아하는 영화 속의 한 장면, 작업실 앞 골목길 장면과 같은 일상의 이미지를 나는 PC 폴더 속에 저장한다. 이러한 디지털이미지는 물리적으로는 정확하고 세심한 화질의 사진들이지만, 한편으로 희뿌연 장면으로 기억된다. 그 장면들은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이동하며 나의 시선과 의식으로 파고든다. 한 장면을 떠올리면 내가 그 속에 있었나 싶고, 언젠가 어디선가 본 장면인지 모호하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희뿌연 장면들은 나를 수많은 질문과 갈등 속으로 인도한다. 내가 선택하고 그려내는 장면들은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내겐 일상적이지 않은 개인적 시선을 담고 있다.


  도시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나의 주변에 그렇게 있었다. 도시는 이미 내게 자연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보고 그 자연 속에서 자연을 느낄 여유도 찾기 어렵다. 일상 속 장면에는 개인과 사회, 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 대상과 대상 등이 우리도 모르게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하다. 나는 앞서 말한 각 개체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 일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관계,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러운 행동들이 모여서 결국 그것들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는 일들을 소재로 그려나간다. 즉 이러한 모순이 ‘상호 양립하는 관계’를 그린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의 비밀은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의 열쇠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하나로 통일되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인터넷 포털 기사에는 기자들의 의도가 듬뿍 담긴 메시지 강한 사진이 즐비하다. 이와는 반대로 일상적 장면을 조금만 눈여겨보면 관계와 관계, 갈등과 갈등, 존재와 존재의 어떤 섭리도 찾기 어려운 역학관계로 이루어진 듯하다. 하나의 장면 속에 개체들이 자리 잡고 있는 이유는 쉽게 드러나지도 드러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당연한 시간의 흐름이고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내가 모아놓은 사진자료에서 하나의 장면을 선택함과 동시에 불가항력으로 특정한 메시지가 들어간다. 장면에는 정치, 경제부터 개인의 고민과 지극히 사적인 문제의 갈등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나는 그러한 장면 속 대상들을 회화표면에 하나씩 묘사해나간다. 한 장면을 선택할 당시 그 대상은 우연히 존재했을 뿐이다. 대상들의 표면이나 질감 등의 느낌을 대상의 본질과는 달리 임의의 표현으로 그려나간다. 이것은 각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나는 회화의 방식으로 장면 속 관계와 대상의 비밀을 파헤쳐나간다. 이것은 대상의 또 다른 본질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대상을 나만의 특정한 붓 짓으로 표현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캔버스가 작은 세상인 것처럼... 나의 회화를 관람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환기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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