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사
'최성석, 숨겨진 리얼리티를 담은 일상적 리얼리티'
최성석은 일상을 그립니다. 비오는 도시의 거리, 버스 밖으로 보이는 도로와 자동차, 방과 후 교실 안, 인적이 드문 시간의 지하철 로비 등 너무도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너무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실은 조금도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이는 그의 작품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일상의 단순한 리얼리티가 아닌 삶의 본질적 물음을 던지게 하는 숨겨진 리얼리티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얼굴 속에, 평범한 거리 위에, 인적 드문 공간 안에 사실은 너무도 중요하며 무게감이 있는 실제적인 문제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리얼한 표현들은 바로 그 순간들의 현장감을 그대로 전달하기에 충분하며 작가의 시선과 작가의 눈높이로 일상을 바라보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곧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됩니다.
'물화(物化)된 인간, 그 일상의 시선 '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들이 복잡성과 반복성을 갖게 되면서 평범한 일들이 되어 버리고 그것에 너무 익숙해진 우리들은 그저 일상 속에서 무감각한 시선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초라한 존재가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주하고 화려해 보이는 도시의 일상, 복잡하고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고독과 외로움, 소외감과 상대적 초라함에 신음하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을 그는 그의 시선이 멈춘 시점, 그 순간들로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최성석의 작품은 너무 화려하지도 난해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우리에게 일상적이지만 결 코 가볍지 않은 시선을 던집니다. 화려해보이지만 고독하며, 분주하고 바쁜 듯 보이지만 허무함과 소외감으로 인해 무감각해져 있는 현대의 물화(物化)된 인간의 모습... 최성석의 작품은 바로 그 모습들의 현장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빛갤러리 전시 기사-
서문
도시인의 물화(物化)된 자화상
최성석은 일상의 도시 혹은 도시의 일상을 그려낸다. 복잡한 건물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여서 연출해 내는 다양한 장면들과 상황들을 보편적인 도시인의 시선을 통해 관찰하고 묘사해낸다. 화면 가득 번잡한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도시와 일상 속에서 보여지는 대상들과 관계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포착되는 장면들과 상황들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그의 작품들은 현장감이 오롯이 살아있는 재현적인 화면의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그의 작업이 완성된 작품의 그것처럼 포착된 장면들과 상황들의 사실적인 재현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복잡한 도시를 보면서 늘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하게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그러한 장면들과 상황들의 이면에 내재하고 있는 삶과 존재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환기시키는 데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이렇듯 내면적으로 감추어진 것, 정작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을 사실적이고 재현적인 화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출해내고 있다. 화려한 도시 속에서 초라함을 느끼고 거대한 인파 속에서 고독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일상 속 도시인들의 소외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질의 풍요 속에 드리워진 정신의 빈곤, 내일에의 희망 속에 드리워진 오늘의 불안을 역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의도 혹은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느덧 물질문명의 주변인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도시인들의 물화된 자화상을 번잡한 도시를 배경으로 오늘도 여전히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빛갤러리 기획실장 주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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