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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Critique_Articles

정상희 평론가 글 2016

by choiss 2020. 12. 27.

일상생활의 창조적 실천성 - - 최성석의 도시 아카이빙

정 상 희 미술평론가

경험의 대상으로서 경관은 단순히 사물 지형 도로 주택 식물 등의 집합으로 이해 , , , , 될 수 있다 물리적 환경으로 구성되는 경관은 이를 바라보는 개인의 주관적이고 . 문화적인 입장과 의도를 통해서 다양하게 이해된다 즉 경관의 가치는 자연적이며 . 인공적인 환경과 더불어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의미의 특정한 결합으로 생겨난다 도시의 경관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한 최성석의 작업은 경관 중에서도 쉽 .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소외되고 작은 것들을 담는다 특별히 주목할 이유가 없는 . 구석진 경관들이 지니는 가치를 찾아나서는 일상생활의 여정은 작가의 눈과 사진을 통해 기록되고 저장된다. 인파로 가득한 지하철 안 책상 앞에 앉아 책과 씨름하고 있는 학생들로 가득한 도 , 서관 도심 한 복판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택배 오토바이와 같이 일상의 특별한 사 , 건은 찾아볼 수 없는 장면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어느 한 사람에게 또는 한 부 . 분에 치우침이 없이 묘사된 비 오는 날 번화가의 저녁 경관 붉은 안전 고깔이나 , 의자들이 길게 늘어선 도시 한 구석의 풍경은 영상 속 빠르게 지나가는 한 순간처 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쉽지 않다 나무로 가득한 공원을 거닐거나 야외 카페 테이 . 블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과 같이 무심히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이미지 들도 등장한다. 최성석의 작품은 일상생활의 창조적 실천성의 결과물들이다 그의 작품 속 이미지 . 의 주인공은 모두 스쳐 지나치기 쉬운 극히 일상의 장면에 속한다 인간의 가능성 . 을 이성이나 자유 의지에서 찾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서 일상생활의 창조성에서 찾았던 미셀 드 세르토의 입장과 연결 지점에서 그의 작품은 이해될 수 있다 오랜 . 세월 여러 도시 계획 및 정책들에 따라 도시는 만들어지고 기하학적인 모습을 확보 해 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주목 받는 것들과 그렇지 못한 것들로 서서히 나눠지 . 며 도시의 일반적인 물리적 환경이 형성되며 도시 내의 각 공간과 장소가 지니는 , 일종의 고정 가치가 정해진다. 최성석은 도시의 특정한 랜드 마크와 같이 정해진 고정된 물리적 환경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 의해 각각 다른 공간으로 변형되어지는 도시의 조 건에 주목한다 누가 어떻게 특정한 장소에 행위를 더하느냐에 따라 특별한 공간이 . 형성된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도시를 보여준다 그의 예술 세계는 걷기 . 에서 시작된다 걷기는 말하기 행위로 간주할 수 있으며 말하기는 시각화되어 새로 . 운 공간을 창출한다 걷거나 앉거나 보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공간적 실천이 . , , 작용된다 이 과정을 그는 끊임없는 사진 기록으로 아카이빙 한다 . . 도시의 공간을 재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직접 걷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진 기를 이용한 기록의 방법이다 선호하는 외관은 미적 대상과 분리될 수 없기에 최 . , 성석은 작가 스스로의 눈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이미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가 . 생각하는 아름다운 이미지는 대부분 소외되어 많은 이들이 바라보지 않는 곳에서 찾아진다 그의 시선을 이끄는 외관은 작가 스스로의 의미 있음의 기준과 이어지며 . 미적 물질성을 지니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일반인들은 획득하지 못하는 도시의 . 구석구석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창조적 실천이 이뤄진다. 아카이빙하고 다시 분류하고 재위치 시키고 서로 다른 영역의 것들과 재결합함으로 서 새로운 이미지들이 만들어지며 이전의 도시 공간은 새로운 시각적 결과물로 이 어진다 하나의 장소도 서로 상이하고 모순되기까지 한 공간 창출의 실현이 가능하 . 며 장소는 예측할 수 없는 공간을 내포하고 또한 공간은 장소를 질서 정연하게 반 , 영하기보다는 변형할 뿐 아니라 모호한 존재로 남겨 놓기도 한다. 최성석에게 도시를 걷고 경험하며 사진이나 그림으로 기록하는 과정을 그만의 것으 로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원근법을 적용하는 새로운 시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 회화라는 평면 안에 입체 공간을 입체답게 집어넣기 위해 사용된 극히 고전적인 원 근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자신의 시선이 어느 곳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원근법을 . 완전히 전복시키기도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보다 그렇지 못 . 한 것에 주목하는 그의 시선의 움직임과도 연관된다 하나의 화폭에 단일 초점을 . 맞춰 깊이 있는 입체감을 획득하는 것과는 달리 때로는 초점을 찾을 수 없고 초점 , 이 옮겨 다니며 전복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을 통해 그의 정적인 도시 풍경 . 은 오히려 동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작품 내의 시간차를 포함시키는 시도들을 . 통해 더욱 확장된다. 도시에서의 일상 경험을 기반으로 찾아지는 새로운 공간은 작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것이 실천의 결과물로 시각적으로 재탄생되며 다시금 . 물리적으로 주목받게 된다 우월하다고 정해진 물리적 환경 조건에 집중하는 것이 .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소외된 환경을 극히 일상적인 차원에서 재전유하고 변형하고 재가공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