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전시합니다.
'부산한 전시'는 2015년 'Pilot hole'에 이어 '소모임'이 기획한 두 번째 전시입니다. 유휴공간을 일시적 전시공간으로 변모시켰던 'Pilot hole' 에서는 작가들의 자유로운 실험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부산한 전시'에서는 '소모임'을 통해 발전시켜온 작가 개개인들의 다양한 주제의식과 표현방식을 폭넓게 소통하고자 합니다. ● '소모임'은 2013년 겨울 세 명의 작가들의 모의로 결성되어 현재는 18명의 작가들이 활동 중인 크리틱 모임으로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모여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창작 과정의 어려움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만들게 된 최초의 문제의식은 작업에 대하여 이야기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한 갈증이었습니다. 물론 전시 뒷풀이에서 작업에 대한 반응을 살필 수 있고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나 작가와의 대화, 인터뷰 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조언을 얻기도 하는 등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회성, 이벤트성이고 그나마도 작가는 분명하게 정리된 입장을 가지고 이야기하기를 요구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그러나 작업은 항상 현재 진행형이기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작업에 반영될 때도 있고 생각의 속도를 작업이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작가들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을 진지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 나아가면서 어느 시점이 되면 켜켜이 쌓인 먼지 같은 시간과 무의미가 일순간 불가해한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소모임에서는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은, 스스로도 해석 불가한 작업들을 보여주고 그것에 대하여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미술계의 흐름과 속도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또한 자본에 의해 소비되는 작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작가들이 내적인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모임이 벌써 햇수로 3년이 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모임의 지속성에 대한 안정감이 생기면서 전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다소 '부산한'기획으로 부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입 밖에 내어 확인한 적은 없으나 모임의 회를 거듭할 수록 동료 작가들의 눈빛에서 냉정하고 침착한 애정을 느낍니다. 신랄하고 날카로운 통찰과 서로의 작품에 대한 비판의 바탕에는 작업을 한다는 것, 그 불확실성을 향해 각자의 작업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각자의 시간에 대한 이해로 말미암은 동료의식이 견고하게 자리합니다. 이 전시가 개개인 작가들의 작업이 한 단계 깊어지고 '소모임'이 보다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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